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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보관소

[논산/연무 맛집 추천] 승철이네 칼국수

 

논산 연무읍에 살 적에 기억나는 맛집이 몇군데 있는데, 

오늘 연무에 갈 일이 생겨 주저없이 '승철이네 칼국수'에 들렀다.

 

맛집이야 새로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지만 

이 집의 칼국수는 언제까지나 있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다행히 1년만에 방문한 연무,

코로나19 때문에 힘든 와중에도 장사를 하고 계셔서 기뻤다.

 

승철이네 칼국수의 영업시간은 오후 3시까지이다.

저녁에는 먹을 수 없기에 아내와 나는 서둘러 갔다. 

 

도착 5분전에 미리 전화하여 멸치칼국수를 2그릇 주문했다.

그리고 2시 10분 입성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뜨근한 칼국수를 먹을 수 있었다. 

 

승철이네 칼국수 메뉴판

 

물론 다른 맛있는 메뉴도 많이 있다.

순두부 칼국수, 비빔 칼국수, 만두 등등.

 

하지만 멸치칼국수야말로 이 집의 에이스이다.

다른 메뉴는 몰라도 반드시 멸치칼국수는 드시길 추천한다.

 

순두부 칼국수는 멸치칼국수에 순두부가 올라가서 

멸치국물 맛에만 온전히 집중하지 못할 수 있다.

 

그렇기에 멸치칼국수를 강력히 추천드린다.

멸치칼국수를 드시고 난 후에, 다음에 오게 된다면 다른 칼국수를 드시길 추천드린다.

 

칼국수가 나오면 면부터 뜨지 마시고,

국물부터 한 숟가락 뜨시기 바란다.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느끼실 것이라 장담한다. 

 

개인적으로는 양념장도 넣어먹지 않는다.

진한 멸치국물 맛에만 집중하자는 주의의다.

 

그 정도로 강력하고 시원하다.

다른 곳에서 이만한 국물을 먹어본 적이 없다. 

 

멸치를 아낌없이 쓰시는지 홀 한쪽에 밀가루포대와 함께 

멸치박스들이 쌓여있다. 

 

 

 

칼국수와 같이 나오는 김치 또한 일품이다.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칼국수 맛은 다 거기서 거기니까 김치가 중요한데,

이 집은 김치가 맛있어서 맛있는 것 같다고.

 

절반은 반대하고, 절반은 동의한다.

첫째, 이곳의 칼국수 맛은 거기서 거기인 맛이 아니다.

그 말을 한 사람은 필시 미각이 거기서 거기인 사람이었을 것이다.

 

둘째, 김치가 맛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뜨끈한 칼국수 국물을 시원하게 후려치는 김치맛이다.

한번 김치를 먹게 되면, 칼국수 한 젓가락-김치 한조각을 반복하게 된다.

 

성격이 급하거나 배가 고파서 김치로 면을 감싸 먹는다고 해도 죄가 아니다.

먹는 방법에 왕도가 있으랴, 맛있게 먹으면 그만이지.

 

부디 이 바다의 보물을 우려낸 듯한 칼국수를 맛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즐기도록 하자.

 

유일한 단점. 3시까지만 영업하는 것..

 

가격 또한 착하다. 멸치 칼국수 한 그릇에 5,000원!!

요즘 칼국수 한그릇에 5천원하는 곳을 찾기 쉽지 않을 텐데,

가격도 올리지 않고, 착한 가격을 유지하신다. 

 

그렇다고 기본 양도 적지 않고

주문 전에 곱빼기로 달라고 하면 곱빼기도 가능하다.

물론 추가로 내는 돈은 없다. (게다가 리필도 가능하다.)

국물이 남았으면 밥도 공짜로 퍼서 말아먹을 수 있다. 

 

기본 양으로만 먹어도 성인 남성 배 채우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전에 한번 곱빼기로 시켰다가 남기기 죄송해서 다 먹느라 배가 터질뻔 했다. 

 

국물에 밥 말아먹는 것도 한번은 해보시기 바란다.

국물이 그만큼 진하니까 새로운 식감으로 국물을 드실 수 있다.

대신 밥은 금방 떨어지니 일찍 가셔야 드실 수 있다.

 

이렇게 하다가 적자나시는거 아닌가 싶어 

멸치칼국수 두 그릇 값은 현금으로 한장 낸다.

 

개인적으로 현금지불을 유도하는 가게들을 혐오해서 

그런 문구가 붙어있으면 오히려 가지 않는 주의다.

 

하지만 이곳은 그런 문구도, 문화도 없다. 

정직하고 친절하고 맛있다. 

 

승철이네 칼국수의 귀여운 앞간판

 

다른 지역으로 이사갔어도 꾸준히 생각나는 맛.

근처에 올 일이 있으면 꼭 한번 들르는 맛.

연무에 올 일을 만들어서라도 다시 오고 싶은 맛.

언제까지나 이 맛이 남아있었으면 싶은 맛.

프랜차이즈로 내가 사는 지역에 생겼으면 싶은 맛.

내가 비법을 배워서 2호점을 내고 싶은 맛.

맛있는 녀석들이 꼭 한번 왔으면 하는 맛. (강경해물칼국수도 맛있지만, 여기도 맛있어요!)

 

그런 곳이다. ㅎㅎ